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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차 한잔에 그리운 쉼을 누리고 잠시 쉼에서 얻는 자유와 감사의 힘으로 peacemaker의 꿈을 꺼내 봅니다. 여전히 뒤죽박죽 작은 일들에 쫓기며 정신 없지만 내 안에 심어 주신 기쁨들 누리고 나누길 원합니다. 차 한 잔 추가~.^^
허니즈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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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우울한 남편에겐 마스크팩을

2019. 6. 29. 20:53 | Posted by 허니즈맘
5. 우울한 남편에겐 마스크팩을

요즘 남편이 우울하다.
지난 금요일 남편 본가에 다녀온 후 힘들어 한다. 남편은 별일이 없는 한 주1회 부모님을 찾아 뵙는다. 연로하신 두 분의 건강에 도움이 되라고 수지침을 놓아 드린다. 둘이 함께 사셔도 해소가 되지 않는 말의 총량 방출을 위해 아들이 듣는 귀 역할을 하는 시간이다. 귀가했을 때는 여느 때와 같이 무척 피로한 모습이었다. 간식을 먹는데 남편의 한탄 섞인 언성이 점점 높아졌다. 뜻밖의 사건으로 형제 간에 오해가 생겨서 동생과 전화통화로 불쾌한 언쟁이 있었다고 한다.
 
 말수가 많지 않은 남편이 오래 묵히지 않고 당일 날 사건전말을 털어놓았다. 안타깝게도 그날 이후 조금씩 덧붙이는 설명과 정황이 생각보다 나빴다. 남편의 마음은 깊이 상처를 받았다. 몸도 스트레스로 여기저기 통증을 호소했다. 지나치듯 흘리는 말이 냉소적이고 부정적이었다.

 인간관계에서 예상치 못한 난감한 충돌은 자동차 교통사고와 같다. 후유증이 있고 예의주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또한 지나가리' 하며 '시간총량의 법칙'에 맡겨야 한다. 회복의 시간 동안 유연하게 반응하다 보면 사리분별이 된다. 힘을 빼면 엉킨 곳의 매듭유무가 보인다. 웬만하면 엉클어진 부분을 살살 달래고 차분히 풀면 새것처럼 된다. 물론 모르는 새 힘주어 묶인 곳은 자국이 남는다. 어떤 매듭은 풀지 못한 채 잘라내어야 한다.

  어젯밤 오랜 만에 남편에게 마스크 팩을 붙여 주었다. 분위기는 상남자인데 이런 곰살맞은 걸 좋아한다. 뚱한 얼굴로 세수하고 누운 남편이 귀여웠다. 어쩌다 한번 하면 기분전환이 되는 것 같다. 남편 얼굴 위에 마스크 팩의 위치를 잡다가 웃음이 빵 터졌다. 남편의 얼굴 크기와 눈코입을 간만에 들여다 보니 그냥 웃겼다. 별말도 표정도 없었는데 파안대소가 멈추질 않아 내 얼굴 팩은 엉망이 되었다. 그럭저럭 20분이 지나고 마른 팩을 떼어내며 남편에게 안부를 묻는다. 당신 얼굴 훤해졌네~잘 생겼다...

 남편은 아직 두통과 잇몸 틍증이 낫지 않고 마음도 불편한 듯 하다. 분주히 살던 남편이 자기 감정과 생각을 돌아보고 챙기는 시간이 온 것 같다. 자괴감으로 의기소침하지 말고 억울함으로 분노에 흔들리지 말았으면 좋겠다. 
 가족간의 오해로 요동치는 감정의 폭풍이 가라앉길 바란다. 서로 주고받은 상처가 아프겠구나 불쌍히 여길 수 있을까?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보다 찬찬히 어디에서 엉클어졌는지 살피는게 중요하다.  서로 존중하고 격려하는 관계로 새로움을 입길 바란다.

 언젠가 온 가족이 모여 마스크 팩을 서로 붙여주는 쑥스러운 시간을 가져 봐야겠다. 서로 다른 눈코입 들여다 보면 새삼스런 발견으로 또는 어색함을 숨기며 웃게 될 거 같다. 그런 웃음을 나누기에 너무 늦지 않았길 바래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