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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차 한잔에 그리운 쉼을 누리고 잠시 쉼에서 얻는 자유와 감사의 힘으로 peacemaker의 꿈을 꺼내 봅니다. 여전히 뒤죽박죽 작은 일들에 쫓기며 정신 없지만 내 안에 심어 주신 기쁨들 누리고 나누길 원합니다. 차 한 잔 추가~.^^
허니즈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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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기초세우기

2019. 6. 29. 21:33 | Posted by 허니즈맘
8. 기초세우기

'나의 첫 번째 글쓰기' 수업을 2회 마쳤다. 기대이상으로 집중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강사님이 밝고 겸손하셔서 마음이 훈훈하다. 쉬운 말로 잘 가르쳐주시고 끊이없이 격려해주셔서 감사하다.
 이 수업에 오게 된 이유는 나의 글쓰기 일상에 새로운 즐거움을 더하기 위해서였다. 강사님의 첫강의 도입에 강조하신 '매일 꾸준히 글쓰기'가 바로 글쓰기의 새로운 즐거움이겠구나 기대할 수 있었다.

 오늘로 매일 글쓰기의 8일째를 맞이했다. 한 주간 게으른 습성에도 불구하고 성실하려고 노력한 거 진심으로 칭찬한다. 한편으론, 더이상 외면할 수 없는 긴장감의 불편함도 인정해야겠다. 숨통을 가볍게 하기 위해 길게 들숨날숨을 쉰다. 어떻게 하면 내 호흡으로 단톡방의 매일 글쓰기를 잘 따라갈까 고민이 된다.

 보통 나의 글쓰기는 매일 틈틈이 일상중에 자연스러운 활동이다. 나에게 글쓰기는 첫째, 페이스북에 아티클을 공유하며 소감을 쓰거나 생활단상을 게시할 때  둘째, sns에서 개인적인 댓글로 짧은 소식을 주고 받거나 긴한 상담을 할 때 유용하다. 일필휘지로 화자의 어투로 써내리는 솔직하고 가벼운 에세이나 신랄하게 사견을 곁들인 소감들은 대부분 몇 번의 수정작업을 한다. 어차피 고칠 글이라는 전제로 앞구르기, 옆발차기, 달리다 멈추기 등 정말 자유분방하게 단숨에 쓰는 것에 망설임이 없다. 제 마음 편한대로, 생각이 닿는대로 날개를 단듯 글쓰기가 즐거운 시간이다.
 
 단톡방에 글을 올리는 매일글쓰기는 도저히 단숨에 쓰기로 시작할 수가 없다. 여러 번의 수정작업까지 마친 후 올린 글을 읽으면 긴장감이 뚝뚝 떨어지고 전혀 생기가 없다. 재미가 없다. 내 글을 읽고 내가 지루한 것은 참 맥빠지는 일이다. 강사님이 그렇게 쓰라고 하신게 아닌데 난 누구에게 잘 보이려고 그렇게 수십 번 지우며 애쓴걸까?  아무도 신경 안 쓰는데 글을 쓰는 내 마음과 생각이 중요한게 아니라 외형적인 글다듬기에만 신경을 곤두 세웠다.

 성격이 예민하고 까다로운 면이 있는데 무언가 만들어낼 때 그 기질이 드러난다. 본인도 괴롭고 당연히 곁에 있는 사람도 피곤하게 된다. 그나마  사람을 대하거나 대화로 일 할 때는 자신의 부족함을 인지하며 예의바르되 친절하고 자유로운 편이다.
 단톡방에 올리는 글은 나름 완제품 만들기라서 글의 모양새를 다듬어 올린다. 예민하고 까다로운 기지를 발휘한 결과는 조각에 사포질을 사정없이 문댄 것 같이 나만의 결을 볼 수가 없다. sns 관계성 안에서 가감없이 드러내던 생각과 느낌이 없다. 비문을 죄다 고쳐서 그런가?

 나는 비문에 익숙하고 좋아하게 된 것같다. 멀쩡히 쓰던 짜장면 표기를 자장면이 바른 표기라고 강제했다가 세월이 지나면서 국민 다수가 두루 원하니까 둘다 쓰는 것이 옳도다 했던 전례가 있다. 시대의 문화로서 비문도 문법을 벗어나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억지같지만 가능할 거 같은 미래를 상상해 본다.

 매일글쓰기는 분명 내 인생에 큰 사건이 될 것이다. 매일매일 이렇게 할 수 있다면 말이다.
'나의 첫 번째 글쓰기' 수업을 신청하며 실은 글쓰기의 기초를 새롭게 세우려는 다짐도 있었다.  강사님의 수업은 재미있지만 역시 기본에 입각해서 내 글쓰기습관을 뒤집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퇴고하는 과정은 견딜만 한데 다쓴 글을 읽고 심드렁해지는 것이 반복되니까 비문에 대한 애착을 토로하게 된다. 나 돌아갈래, 구관이 명관 외치며 익숙한 것에 집착하려고 한다.
 
 다 핑계다. 기초훈련은 원래 힘들고 지겨워도 참아야만 고생끝에 낙이 오듯 기초가 다져진다는 진리를 새기는 시간이다. 강사님이 기초를 다지는 것은 마라톤이라고 하셨다. 내 본색 드러내며 걷다 뛰다 두리번거리면서 내가 참여한 마라톤을 완주하고 싶다.
 모범생 모드는 지속하는데 에너지가 많이 든다. 어차피 그렇게 살지 않기로 한지 오래 되었다. 크게 민폐를 끼치는 무례가 아닌 이상 내가 이것을 왜 하는가 목표와 나 자신만을 생각해야겠다. 이러한 프레임이 바깥생활에서는 낯선 것이지만 실제로 남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필요가 있다.

 강사님이 언급하신 사적인 연결고리에 매이지 않고도 유지하신 목적있는 소모임들이 내겐 생소한 것 같다. 뒤늦게 휘트니스나 수영반을 지속하지 못한 이유가 그거였나 싶기도 하다. 그곳에서 휘몰아치는 친목분위기가 부담스럽고 운동에 집중하기 어려워서 두 달을 못 넘겼었다.

 기초를 세우기 위한 기초훈련은 민낯으로 결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야 새로운 설계가 가능하다. 첫 수업시간에 가르쳐주신 "초고 쓸 때 주의점"-잘 쓰려고 하지 않는다, (다듬으면서)서론 본론 결론 틀에 맞추지 않는다, (다른 사람 시선 걱정하며) '자기검열'을 하지 않는다-은 완전히 나를 위한 메뉴얼이었다. 초고가 막히니까 글쓰기가 즐겁지 않고 수업참여의 동력이 끝을 보이려고 했다.  "초고레시피"를 손에 쥐고 주문을 외우듯 글쓰기 동력 충전을 해야겠다.

 에효...글쓰기는 치유의 능력이 있다. 매일글쓰기에-단톡방에- 새힘을 얻었다.
 기초세우기라는 제목으로 마인드 컨트롤하듯 글을 시작했다. 이 글을 쓰면서 역시 초고레시피를 무시하고 써내리다 보니 묵직한 부담에 이 기초훈련에서 뛰쳐나갈까 위기도 느꼈다. 그동안 단톡방에 쓴 글중 두 번째로 짧은 글을 쓸줄 알았는데 제일 긴 글이 되었다.
 
 글쓰기가 마라톤이고 마라톤은 내 기질에 안 맞는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좋아하는 글쓰기를 계속 하려면 마라톤의 기초체력이 필요하다. 글쓰기의 근력을 만들어줄 매일글쓰기는 운동과 같다. 운동은 내 인생에 재미없고 지루한 것이었다. 매일 조금씩 지속한 자전거 출퇴근이 운동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되었으니 막막하지는 않다. 출퇴근이라는 단순한 전제처럼 초고를 그냥 막 쓰자. 막 쓰면서 올라온 즐거운 흥으로 찬찬히 퇴고를 하면 된다. 매일 쓴다는 것은 초고를 매일 쓴다는 것이다.
난 초고 쓰기 재미있어 한다. 그걸 기억하자!
 
 나의 글쓰기 기초세우기 첫번째, 초고는 출퇴근 저전거타기 개념이다. 일상중 복잡한 의무와 꾸밈 없이 일단 하기로 한 것이고 업무시간과는 별개로 여기면 된다. 업무시간 괴로울 걸 예상하며 출근 안하면 어쩌랴. 필요해서 창문 열고 닫는 것처럼 초고쓰기를 여상하게 하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