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박하차 한잔에 그리운 쉼을 누리고 잠시 쉼에서 얻는 자유와 감사의 힘으로 peacemaker의 꿈을 꺼내 봅니다. 여전히 뒤죽박죽 작은 일들에 쫓기며 정신 없지만 내 안에 심어 주신 기쁨들 누리고 나누길 원합니다. 차 한 잔 추가~.^^
허니즈맘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

calendar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라면과 영화'에 해당되는 글 1

  1. 2009.02.17 라면 연구 (영화 속 라면에 관한 수다) 1

라면 연구 (영화 속 라면에 관한 수다)

2009. 2. 17. 23:52 | Posted by 허니즈맘
출처 : http://www.hanrss.com/

라면하면 더이상 말이 필요없는 전국민의 간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치상으로도 우리나라 사람들의 연간 1인당 라면 소비량은 84개로 라면 종주국인 일본도 제치고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네요. 간편한 조리법에 언제 어디서나 즐길수 있다는 잇점으로 인해 라면은 우리나라 뿐만이 아니라 지금은 전세계 어디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인스턴트 식품이 됐습니다. 라면이 일본과 우리나라를 넘어 전세계적인 식품이 되자 일본의 건강 저널리스트인 이마무라 고이치는 라면을 가리켜 '식품업계가 낳은 20세기 최대의 걸작' 이라고도 했다는군요.

이렇게 라면을 많이 먹으니 웬만한 우리 영화에는 꼭 한 두 장면씩 라면을 먹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라면은 그 친숙한 이미지로 인해 영화속에서도 주로 등장인물들의 일상적인 모습과 함께 등장합니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라면은 분위기 있는 장소에서 잘 차려입고 먹는 음식은 아니기 때문이죠.




미술관 옆 동물원 상세보기


처음부터 서로 체면차릴 겨를도 없이 얼떨결에 며칠간의 동거를 하게된 춘희와 철수도 물컵도 없이 큰 생수병을 사이에 놓고 라면을 먹습니다. 다음 장면에선 물컵도 없이 병째 물을 마시다보면 가끔 낭패스런 일을 겪을수도 있다는걸 보여주죠. 

매스컴의 가십성 기사로만 심은하를 만나는 것을 아쉬워하는 팬들에게 있어 <미술관 옆 동물원>의 춘희는 한창 활동하던 시절의 심은하를 추억할때 빼놓을 수 없는 캐릭터입니다. 이정향 감독의 조금은 독특한 멜로영화였던 이 작품에서 심은하는 귀엽고 발랄한 이미지의 춘희역을 완벽히 소화해내며 최고의 여배우 자리를 굳혀갔습니다.

그런데 지금 보니 이미지 속의 라면, 생수, 맥주, 음료수가 마치 TV 드라마에 나오는 것처럼 모두 상표가 안보이게 처리돼 있네요? 저때는 아직 우리 영화계에 PPL의 개념이 자리잡기 전이었나 봅니다. 요즘 같으면 일부러 돋보이게 하려고 애썼을텐데요.



넘버 3 상세보기


송능한 감독의 데뷔작인 <넘버3>의 한 장면 입니다. 개봉 당시 송강호의 코믹 연기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영화속 대사가 유행어가 되기도 했죠. 송강호는 이 영화에서 불사파 두목으로 등장해 재밌는 연기를 보여준후부터 본격적으로 영화계에서 무명 시절을 벗어나 스타배우의 반열에 들어서게 됩니다. 그런 송강호의 코믹 연기가 부각되다 보니 이 영화의 진짜 재미가 상대적으로 가려진 것 같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이 영화는 송강호의 코믹 연기 외에도 요소요소에 재밌는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얼마전 폐암으로 안타깝게 세상을 등진 박광정을 떠올릴 때도 그가 이 영화에서 연기한 '랭보'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서울대 영화동아리 출신인 송능한 감독의 시나리오 작성 솜씨는 <넘버3>를 단순한 건달 오락 영화가 아닌 영화 전체에 맛깔스런 대사가 가득한 재밌는 영화로 만들었습니다. <넘버3>의 재치넘치는 대사들은 영화를 몇번씩 봐도 하나도 지루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송강호의 '현정화 vs 임춘애' 대사나 일부 매니아들 사이에서나 회자되던 '최영의'를 단번에 전국민의 관심인물로 부각시킨 대사는 그 중 일부일 뿐이죠.

위의 장면에서 한석규가 라면을 먹으며 이미연과 나누는 대사도 그 중 하나입니다.

현지 : 오빠 나 사랑해?

태주 : 아니. 야. 너 사랑이 뭔지 아냐? 사랑이라는건 누군가를 90% 이상 믿는다는거야.
까놓고 말해서 난 너 그만큼 못 믿어.

현지 : 그럼 몇%나 믿는데?

태주 : 51%

현지 : 겨우?

태주 : 임마 50%는 넘잖어. 야. 너 내가 어떤 새끼건 49% 이상 믿을것 같애?
안 믿어 어떤 새끼든.

현지 : 하긴 오빠 다리병신되면 난 틀림없이 고무신 바꿔 신을거야.
그러니까 제발 다치지마.

태주 : 다치고 싶어서 다치는 놈 있냐? 야 너 백조 있지? 백조.
이 백조가 물위에선 아주 폼나고 우아하게 떠있지? 근데 너 물속은 어떤지 알어?
졸~라게 헤엄치고 있어!! 산다는게 그런거다. 장난 아냐 임마.


송능한 감독은 저런 식의 재치있는 대사가 가득한 시나리오와 짜임새있는 연출로 좋은 평가를 받으며 성공적인 데뷔를 하게 됩니다. 그 후 <세기말>을 찍었는데 이 영화는 여러모로 아쉬운 작품입니다. 당시 노랑머리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이재은을 캐스팅했는데 결정적으로 그로인해 그저그런 에로영화 취급을 받으며 외면받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영화자체도 송능한 감독의 사회 비판적인 시각이 가득 들어있는 문제작으로 일반 관객들에게 어필하기엔 상업적 요소가 많이 부족한 편입니다. 저도 이 영화에 별 관심이 없다가 어느 날 야심한 밤에 케이블 채널에서 해주는 것을 봤습니다. 그런데 한번 보게 되니 촌철살인의 대사들이 귀에 착착 감기는 것이 역시 송능한 감독이라는 생각을 하게되더군요.

원조교제, 교수임용비리 등 세기말 우리 사회의 치부를 신랄하게 까대는데 이 영화에서도 송능한 감독은 인상적인 대사들을 줄줄이 풀어놓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주제의 심각성으로 흥행에서는 별재미를 못봤고 지금도 케이블 채널에선 꼭 야심한 시각에 끈적끈적한 에로 영화들과 함께 편성되는 비운(?)을 겪고 있습니다. 송능한 감독은 이 영화 이후 미국으로 건너갔는데 지금까지 차기작 소식도 없고, 뭘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태흥영화사 이태원 사장의 삶을 소재로 한 임권택 감독의 <하류인생>에 특별 출연했던거 말고는 별 소식이 없군요. 특이한 사람입니다.

어떻게 보면 송능한 감독이 <넘버3> 이후에 <세기말>을 찍었던 점은 <공동경비구역>의 성공을 발판삼아 자신만의 영화적 감성으로 문제작 <복수는 나의 것>을 찍었던 박찬욱 감독의 행보와 비슷해 보입니다. 비록 <넘버 3>가 등장했던 1997년은 지금과 달리 멀티플렉스도 없었고, 우리나라 영화 시장의 규모가 작았기 때문에 지금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의 성공이지만 어쨌든 <세기말>이나 <복수는 나의 것>이나 감독이 전작에서 이뤄낸 성과가 없었다면 도저히 제작비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을 어두운 내용의 영화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박찬욱 감독은 이후에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반면에 송능한 감독은 <세기말>의 실패 이후에 활동이 없어서 아쉽습니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상세보기

비주얼의 측면에서만 보자면 그대로 라면광고에 사용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두 배우가 맛있게 라면을 먹는 모습을 보여준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한 장면입니다. 이명세 감독은 이 영화에서 스타일리스트로서의 솜씨를 마음껏 뽐냅니다. 이 영화는 폼나는 화면빨 하나로 모든게 설명 가능한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솔직히 영화의 줄거리나 이야기 구성은 그다지 재미를 느낄만한 것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쫓는 자와 쫓기는 자의 모습을 그리고 있지만 그 중심축을 뒷받침해줄 곁가지 이야기가 부족해 내용상으로는 좀 단조롭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저 라면 먹는 장면도 그렇지만 비주얼에 있어서는 요즘 나오는 영화들과 비교해봐도 전혀 꿀리지 않을 정도로 감각적인 화면들을 보여줍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박중훈과 안성기의 빗속 결투씬을 워쇼스키 형제가 <매트릭스 3편>에서 스미스와 네오의 결투 장면에 차용했다는 얘기도 나돌았었죠. 본인들은 부인했다고 한 기사를 본 기억이 나는데 비슷한 분위기가 풍기는건 사실이더군요.

어쨌든 그렇게 멋진 화면들로 인해 미국 개봉시에도 꽤 좋은 평가를 받았고 결국 이명세 감독이 미국에 진출하게 되는 계기가 됩니다. 그 후 꽤나 오랫동안 미국 생활을 하며 헐리웃에서 영화를 찍네 어쩌네 하는 얘기들이 매스컴을 통해 흘러나오기도 했었는데 별다른 성과없이 국내에 돌아온 후 <형사>와 <M>을 찍었습니다.




봄날은 간다 상세보기

<봄날은 간다> 입니다. 라면이라는 시시콜콜하고 일상적인 소재를 이 영화만큼 의미있게 사용한 영화는 아직 못본 것  같습니다. 개봉 당시에도 이 영화를 소개하는 글마다 영화의 내용과 라면을 연관지어 쓴 내용이 빠지지 않고 등장할 정도였죠. 다른 영화들에 등장하는 라면씬이 평범한 먹거리로 다가오는 라면의 이미지처럼 별 의미없이 일상적인 모습으로 그려진데반해 이 영화에 등장하는 라면씬들은 영화의 내용과 절묘하게 어울려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일상을 그리는 허진호 감독의 섬세한 연출은 영화를 좀 심심하게 만드는 단점이 있지만 그 점으로 인해 그의 영화에선 다른 영화에서 쉽게 느끼기 힘든 긴 여운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그때문인지 라면을 먹는 장면도 같은 맥락에서 결코 가볍지 않은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윗 장면에서 아버지가 사귀는 여자 있으면 한번 데리고 오라고 했다는 상우의 말에 은수는 자긴 김치 못담근다고 선문답 같은 얘길합니다. 상우는 괜찮다며 김치는 자기가 담그면 된다고 대답하지만 은수의 말이 무슨 뜻인지 이미 알고 있습니다.



위의 두 장면은 똑같은 장면같지만 오른쪽 장면엔 소주 한 병이 놓여 있습니다. 혼자서 컵라면을 먹는 상우에게 소주를 조용히 한 병 갖다주며 힘내라고 얘기하는 아버지의 정을 느낄 수 있는 장면입니다. 라면에 소주. 실연의 위기를 맞고 있는 남자의 내면을 표현한 장면치고는 심심하기 짝이 없지만 그 심심한 묘사는 스크린 밖의 일상과도 같은 모습이었기 때문에 많은 관객들의 공감을 얻었던 것이 아닌가 합니다.




외출 상세보기

허진호 감독이 이 작품 이후에 연출한 <외출>과 <행복>에도 등장 인물들이 라면을 먹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외출>에선 전 날 함께 술을 마신 배용준과 손예진이 병원 의자에 앉아 컵라면으로 해장하는 장면입니다. 극 중 두 인물 사이의 어색할 수 밖에 없는 분위기가 잘 드러난 장면이었습니다. 이 장면에선 특이하게도 의도된 연출이었는지 두 배우의 연기 자체도 어딘가 좀 어색하고 어설픈 느낌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외출>은 <봄날은 간다> 이후의 연출작이어서 많은 팬들이 기대한 작품이었지만 그다지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습니다.  평단의 반응이나 관객들의 반응 모두 한결같이 기대에 못미친다는 평이 주를 이룬 작품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욘사마 열풍에 힘입어 일본에서는 성공을 거둡니다. 이 영화에 대한 일본 아줌마 팬들의 반응은 생각보다 훨씬 극성스러운 것이었더군요. 이미 영화가 개봉하기 4개월여 전에 예매티켓이 동이날 정도였다니 말입니다.

예전에 라디오에서 들었던 얘긴데 일본에서는 통상적으로 영화가 개봉하기 3개월여 전에 미리 예매권을 발매한다고 하더군요. <외출>의 경우 그보다 한달여 앞선 4개월 전에 예매권을 발매했는데 발매 첫날부터 무슨 판매기록을 경신하고 그럴 정도로 반응이 폭발적이었다더군요. 근데 그 이유가 재밌습니다. <외출>의 예매권을 6장인가 9장인가를 셋트로 구성해서 티켓 뒷면에 배용준 얼굴을 모자이크로 그려넣어 셋트로 구입시에 배용준의 완전한 얼굴이 완성되게 만들었다는 겁니다. 그런데 일본의 아줌마 팬들은 그렇게 뻔한 장삿속에도 불구하고 배용준의 완전한 얼굴 모자이크를 위해 한번에 여러장의 티켓을 구매하는 오바를 마다하지 않으므로써 욘사마 열풍을 더욱 키웠던겁니다. 장사하나는 기가막히게 한 셈이죠.

솔직히 영화가 완성되기도 전의 이런 반응이란 조용히 관객의 마음을 두드리는 스타일의 허진호 감독과는 왠지 어울리지 않는거였죠. 이런 반응 속에서는 영화가 아무리 잘 나와도 본전일텐데 국내에서 이 영화는 평단이나 관객들로부터 본전도 못 건진 영화가 돼버렸습니다. <스캔들> 이후 배우로서의 또다른 모습을 기대하게 만들었던 배용준 또한 일본의 욘사마 열풍에 그대로 묻혀버린 느낌이었습니다. 그가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것은 분명 대단한 일이지만 배우로서의 내용이 뒷받침되지 않고 단순히 이미지로만 인기를 구가한다는 것은 의미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선생 김봉두 상세보기

한창 라면 광고에도 출연했던 차승원 입니다. 그런데 이 장면에서 그는 강원도 두메 산골에서의 생활을 못마땅해 하는만큼 라면도 먹는둥 마는둥 합니다. 그런 그가 젖가락을 내려놓고 담배를 피우고 있는 동안 어느 순간 꼬마 녀석이 나타나 말도없이 허겁지겁 라면을 먹어치웁니다. 김치도 없이 라면을 먹는 소석이. 정말 입천장이 다 벗겨질 것처럼 뜨거운 라면을 후후 불어가며 맛있게 먹죠. 이 장면에서만 본다면 라면 광고는 차승원이 아니라 이재응이 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꽃피는 봄이 오면 상세보기

<봄날은 간다> 만큼이나 라면씬이 평범하지 않게 다가오는 <꽃피는 봄이 오면>입니다. 이 영화는 <8월의 크리스마스>와 <봄날은 간다>에서 조감독을 맡았던 류장하 감독의 데뷔작으로 그의 경력과 무관하지 않게 허진호 감독의 영화에서 본 듯한 분위기가 물씬 풍깁니다.

새해 전날 혼자서 라면을 끓여먹다가 티비 뉴스화면에서 라면을 먹는 노숙자의 모습을 보고 허탈한 웃음을 내뱉으며 라면을 넘기지 못하는 최민식의 모습은 팍팍한 현실에 부닥쳐 가슴속에 품은 꿈을 접고 좌절해야만 했던 이들에게 쓰디쓴 동질감을 느끼게 합니다. 이처럼 라면은 우리에게 가끔은 친숙한 만큼이나 쓸쓸하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그런 면에서 라면은 구공탄에 끓여야 제 맛이라는 마이콜의 유일한 히트곡은 어떤 사람들에게는 배부른 타령일 수도 있습니다.

윗 장면에서 최민식과 같이 라면을 먹는 까까머리 중학생은 <선생 김봉두>의 소석이. 이재응입니다. 이 영화에선 변성기를 맞은 중학생 역으로 등장하죠.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슬픔을 간직한 캐릭터를 무난히 연기해내고 있어 앞으로의 성장이 기대되더군요. 이재응은 <효자동 이발사>와 <살인의 추억>, <괴물> 등 굵직한 영화에 연달아 출연하며 가장 잘 나가는(?) 아역 배우였습니다. 그런데 <괴물>에서 변성기를 거치는 목소리가 조금 어색하더니 아니나 다를까 <괴물> 이후론 출연작이 없군요. <미녀는 괴로워> 김용화 감독의 후속작 <국가대표>에서 하정우와 함께 출연했는데요, 이 작품은 현재 촬영을 마치고 후반작업이 진행중이라고 합니다. 이재응이 얼마나 큰 모습으로 나올지 궁금하네요.




우아한 세계 상세보기

'생활형 조폭'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던 <우아한 세계>의 마지막 장면입니다. 아내와 아들, 딸을 외국으로 내보낸 조폭 기러기 아빠 강인구. 그는 휑한 집에서 혼자 라면을 먹으며 외국에 있는 가족들이 보낸 비디오를 봅니다. 비디오 속에서 즐겁게 지내는 가족들을 보며 감정이 복받쳐 오른 강인구는 결국 울음을 터뜨립니다. 이 장면은 <우아한 세계>를 본 관객들 사이에 가장 많이 회자되는 장면입니다. <꽃피는 봄이 오면>에서 최민식이 라면을 먹는 장면 만큼이나 송강호의 절절한 연기가 돋보인 장면이기도 합니다. 또한 라면이라는 소품이 사람의 서글픈 내면을 표현하는 장면에서 얼마나 잘 어울리는 것인가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만약 저 장면에서 송강호가 라면이 아닌 김치찌개라든가, 족발이라든가 뭐 그런 것들을 먹고 있었다고 가정해보면 도무지 그림이 나오질 않습니다. 오직 라면만이 어울리는 상황인 거죠. 그런데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저 장면에서 송강호가 먹는 라면이 보통의 국물 있는 라면이 아니라 비빔면이라는 것입니다. 보통은 국물이 있는 라면을 후후 불어가며 먹는 장면이 익숙한데 비빔면은 좀 의외였습니다. 뒤이어 송강호가 복받쳐 오른 감정을 참지못해 먹던 라면을 그릇째 던지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 때문일런지도 모르겠네요. 아무래도 그릇 째 던지기엔 뜨거운 국물이 있는 라면보다는 비빔면이 수월했을테니까요.




관련 리뷰 ==> 2008/11/15 - [영화 이야기/감상] - 꽃피는 봄이 오면 - 영화보다 극적인 현실을 위해
                    2009/02/10 - [영화 이야기/감상] - 봄날은 간다 - 심심한 스토리에 담긴 연애의 진실
                    2009/02/11 - [영화 이야기/감상] - 행복 - 달콤한 사랑, 서러운 이별



여기까지 라면 얘기 끝입니다. 제가 얘기한 영화들 말고도 우리 영화에는 라면 먹는 장면들이 엄청 많습니다. 그래서 처음 생각할 땐 재밌는 얘기가 많이 떠올랐는데 막상 써놓고 보니 재미없는 수다만 잔뜩 늘어놓은 것 같네요.

요즘은 오징어 짬뽕이 맛있더군요. 사람 입맛이란게 참 간사하면서도 보수적이어서 입맛을 바꾸기란 여간 힘든게 아닌것 같습니다. 많고 많은 라면을 좀 다양하게 먹어보려고 마음먹어도 매번 사게 되는건 신라면 아니면 오징어 짬뽕입니다. 완전 농심의 독주..

몇 해 전엔 빙그레가 라면 사업을 접었죠. 농심의 독주도 그런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 같습니다. 빙그레하면 깔끔하고 맛있는 라면을 꽤나 많이 내놨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중에서 외갓집 라면과 이라면, 맛보면은 지금 나오는 그 어떤 라면보다도 맛있었습니다. 특히 외갓집 라면은 초기에 아주 잠깐 나오고 안나왔었는데 정말 많이 아쉬워했드랬습니다. 제가 초딩 1~2학년 무렵의 일인것 같은데 친구들에게 물어봐도 기억하는 녀석들이 없더군요. 그만큼 아주 잠깐 나오다만 제품이었던 같습니다. 어린 시절에 잠깐 맛 본 라면도 쉽게 못잊는걸 보면 아마 그때부터 라면을 주식으로 삼다시피하는 폐인의 기운이 꿈틀대고 있었나 봅니다. ^^;

아. 근데 라면 많이 드시나요? 라면이 맛있고 간편해서 세계인이 즐기는 식품이 됐다지만 몸에 그다지 좋은건 아니라는거 다들 알고 계시죠? 아무리 맛있어도 인스턴트 식품의 한계는 어쩔 수 없는 거겠죠. 그래서 저 위에 라면을 '식품업계가 탄생시킨 20세기 최대의 걸작' 이라고 추켜세운 이마무라 고이치라는 아저씨도 뒤에는 '21세기에는 가장 먼저 없어져야 할 식품' 이라고 했다는군요. 이건 뭐 말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_-;





후루룩짭짭!



이전 1 다음